2018.12.12. 보도자료.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김창록 소장의 사퇴에 대한 일본군‘위 안부’연구회 성명서 발표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김창록 소장의 사퇴에 대한 일본군‘위안부’연구회 성명서 발표
- 귀 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 2018년 11월 26일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김창록 소장이 취임 3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 일본군‘위안부’연구회는 김창록 소장이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제도적 제약과 한계에 유감을 표하며,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소장의 사퇴에 대한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 일본군‘위안부’연구회는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모여 2016년 1월 창립하였습니다. 연구회는 월례 모임, 토론회 주관 및 주최, 국내외 학자들과의 학술 교류 및 연구, 학술서 발간 등을 통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다각적이고 깊은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성명서 발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소장의 사퇴에 대한 성명서
2018년 11월 26일 김창록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 소장이 사의를 표했다. 김창록 소장은 1990년대부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꾸준히 연구하고 운동에 기여했으며 2016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의 창립을 주도한 학자이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의 소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평소의 소신과 열정, 능력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연구소가 처한 구조적, 제도적 제약과 한계에 부딪혀 결국 물러났다.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는 2018년 8월 10일 ‘설립’되었다. 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따라 해결될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연구소의 ‘설립’에 즈음하여 문재인 정부는, 미래 세대가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 과거의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역사적 교훈을 전하기 위해, 연구소를 통해 자료 조사와 연구의 거점, 대중적 콘텐츠 생산과 역사 교육을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이와 같은 원대한 사업 목표를 위해 여성가족부가 준비한 것은 9억 3천만 원이라는 예산과 ‘위탁 사업’이라는 방법이었다. 연구소의 설립 사업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되었고, 근무 인원은 1년 미만 단위로 계약하고 갱신하는 연구 및 행정 인력 6명으로 제한되었다. 당연히 설립 때부터 연구소가 법적 근거도 없이 다른 기관에 위탁하는 방법으로 졸속으로 설립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여성가족부는 ‘국립연구소’로 시작하는 것에 큰 의의를 두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리고 조속히 법적인 근거 마련과 함께 연구소의 독립적 운영과 권한, 특히 예산 확대에 힘을 쏟겠다는 긍정적 신호를 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남인순 의원 발의)은 국회에서 길을 잃었다. ‘위탁 사업’이라는 방식으로 인해 연구소의 독립성은커녕 연구소의 실체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최근 김창록 연구소장의 사퇴를 둘러싼 언론 보도를 보면서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태는 단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원장과 연구소 소장 간의 갈등으로 불거진 한 개인의 진퇴 문제만이 아니라 졸속 설립 비판이 나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과거의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진행형이다. 일제의 전쟁범죄, 인도에 반하는 범죄, 여성에 대한 극심한 폭력으로서 일제의 패망과 전범재판으로 해결된 일이 아니다. 역사를 부정하거나 수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도리어 피해 여성들을 폄훼하는 일본 정부의 범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를 오랫동안 외면해왔고, 무시하거나 심지어 억압하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용감한 당사자들과 함께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들이 많아지고 나서야 한국 정부는 외교와 국내정치 차원에서 적절히 ‘관리’해왔다. 특히 여성가족부는 생활안정지원에서 시작해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약간의 재원을 통해 조사와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정도였다. 문제 해결을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으로 봉합해왔던 것이다. 그러다 2015년 한일합의와 화해치유재단 설립이라는 참사로 귀결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여느 정부와 달리 이 문제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시키면서 해결을 위한 의지를 공언했다. 지난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직접 연구소의 역할을 언급한 바도 있다. 그러나 공언과 달리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관리 실패와 무(無)대책을 오갔다. 화해치유재단을 2년 만에 겨우 해산시켰으며, 연구소의 독립성은 바람 앞에 등불이다. 국립연구소의 위상은 온데간데없고, 하나의 ‘용역 프로젝트’로 전락해버릴 상황이다. 이 같은 상태에서, 또다시 미봉에 급급하다면 앞으로 더 큰 사태를 불러올 뿐이라고 우리는 본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국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큰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종합적인 검토와 과감한 상상력을 가지고, 이를 구체화시킬 중장기 로드맵을 늦었지만 이제라도 짜야 한다. 탈냉전 평화로 가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보라.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기획과 로드맵을 가지고 담대하게 걸어가고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의지와 결단 없이, 준비된 기획과 로드맵 없이, 지금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일부 기관과 관료의 손에 맡겨 관리하려고만 한다면, ‘위안부’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우리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가 자기 사명과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명실상부하게 구조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줄 것을 정부와 여성가족부, 그리고 국회에 요청한다. 우선적으로 이행되어야 하는 것은 법적 근거의 마련이다. 새로운 입법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 계류 중인 남인순 의원의 법률 일부개정안 정도는 정부와 국회가 처리해 주길 바란다. 이를 근거로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연구소가 독립적으로 권한을 갖고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구소의 조직과 예산도 지금의 열 배는 되어야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것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또 다른 시작점이 마련될 뿐이다.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졸속으로 사태를 봉합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문제는 일제에 의한 성노예제 문제이자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전시 성폭력 문제이자 미래 세대에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범죄다. 이를 철저하게 대면하여 오로지 진실과 정의로써 응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래의 사항을 분명히 요구한다.
하나. 문재인 정부는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의 파행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합당한 조치를 취하라.
하나.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내건 일본군‘위안부’ 문제 관련 연구소를 문자 그대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추고 충분한 자원을 확보한 연구기관으로 설립하라.
2018.12.12.
일본군‘위안부’연구회